발달이론에서의 잠복기(6~11세)_1

잠복기는 6~11세의 발달과정을 포함하는 용어다. ‘잠복기’라는 표현은 강렬한 심리적 혼란 상태를 보이는 오이디푸스기와 뚜렷한 심리적, 생물학적 변동을 보이는 청소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시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상대적’이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오이디푸스기나 청소년기에 비해 잠복기의 발달과 성장이 차분한 듯 보이지만 이 시기에도 역시 중요한 발달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프로이드는 잠복기의 시작은 심리학적 사건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되는 시점이라고 했고 종료되는 시점은 생물학적 성숙인 사춘기가 개시되는 때로 정의했다.
오이디푸스기 아동은 자신이 동성인 부모와 싸워 그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처럼 되기를 원하면서 정상 잠복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정신적 구조인 초자아의 형성에 의해서 촉진되는데 즉, 내재화된 부모의 권위를 바탕으로 조절되지 않은 성적, 공격적 소망과 공상에 집착하거나 즐기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심을 갖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현실 원칙과 이차 사고과정이 점차 쾌락 원칙과 일차 사고과정을 압도한다.

잠복기의 구분

Bornstein(1951)은 잠복기를 초기(5세 반~8세)와 후기(8~10, 11세)로 나누었다. 초기 잠복기는 변화의 시기다. 이 시기의 아동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초자아의 제한에 적응하고 핵가족에서 지역사회로 나오게 된다. 또한 자주 긴장하고 불안해하거나 양가감정을 보이고, 빙번한 감정 변화나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후기 잠복기는 정상 아동의 경우 평탄한 성장과 발달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짧은 평안함을 아동기의 황금기라 부르기도 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또래 및 어른과 편안한 관계를 맺고 세상을 탐험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강렬한 흥미를 갖는다.

잠복기의 발달 과제

다른 모든 발달과정과 마찬가지로 정상적 발달 이행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잠복기에도 몇 가지 특정 주제들을 경험하고 숙달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초자아의 강화, 남성적 또는 여성적 동일시의 구체화를 통한 성 정체성의 지속적 확장, 중요한 또래관계의 형성, 새로운 정신적, 신체적 기술과 흥미의 획득이 포함된다.

초자아 형성
Freud는 1914년 인간의 마음속에 자아를 관찰하고 이상적인 기준과 비교하는 구조가 있음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성격의 판단적 측면으로 자리 잡는 이 구조는 부모의 비판에 의해 자극되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교육, 훈련, 문화 기준에 의해 확장된다.
1921년 Freud는 이 개념에 대해 보다 상세히 기술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양심의 기대에 부합되었을 때 승리감과 쾌감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Freud는 구조이론에서 이드, 자아, 초자아를 소개했는데 그중 초자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되고 잠복기가 시작되면서 형성된다고 하면서 죄책감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지 않고는 성적, 공격적 소망을 의식적으로 즐길 수 없게 하는 정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초자아의 형성은 아이가 오이디푸스기의 집착에서 벗어나 도덕성을 내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발달에 긍정적 자극을 준다.
초자아는 잠복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조직화되지만 실제로 오이디푸스기 이전 단계 및 오이디푸스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고, 특히 아이가 부모의 규제 설정을 위한 행동을 내재화하는 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걸음마기 아동이 부모의 ‘안 돼.’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그것을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는 데 상요하는 것이 그 예다.
초기 잠복기 아동에게 초자아는 아직 외부의 이물질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원초적이고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변덕이 심하고 감정 변화도 빈번하고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후기 잠복기에 이르러, 초자아는 비로소 보다 통합적이고 적절해지기 때문에 8~11세 아동들은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자신감을 보인다.
일단 초자아가 생겨나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여 자존감의 주요 원천이 된다. 이러한 초자아의 ‘사랑하고 사랑받는’ 측면은 생각과 행동의 통제라는 기능과 함께 건강한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자아의 형성에 관여하는 주요 작동 기제는 함입과 동일시다. 함입물은 대상의 전체 또는 부분을 대신하며 자기애적 동일시의 근원이 된다. 이러한 함입을 통해 실제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는 보존되나, 억압과 판단을 하는 사람이자 자존감의 원천이었던 부모의 기능은 감소된다. 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서 자기는 수정되며 이는 자아에 의해 지각되는 대상인 부모의 이미지와 부합된다.
초자아가 내재화되고 오이디푸스기의 소망과 경쟁심이 억압됨으로써 잠복기 아동과 부모와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는 더 이상 자극적이며 방해가 되는 공상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부모와 서로 흥미 있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이며 보다 통제된 관계가 된다. 아이가 부모에 대해 가졌던 경쟁심은 동일시와 경외심으로 대치되며, 즐겁고 편안하고 상호적인 ‘성숙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잠복기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황금기다.

우정을 형성하는 능력의 등장
친구들과 우정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오이디푸스기 갈등의 표상, 충동을 조절하고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의 발달, 그리고 가정에서 보다 넓은 지역사회로의 이동이라는 발달과정이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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