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론에서의 잠복기(6~11세)_2

우정을 형성하는 능력의 등장

친구들과 우정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오이디푸스기 갈등의 표상, 충동을 조절하고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자아 능력의 발달, 그리고 가정에서 보다 넓은 지역사회로의 이동이라는 발달과정이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Freud는 우정이 성적인 사랑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사랑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모든 것, 즉 한편은 자기애, 다른 한편은 부모와 자녀에 대한 사랑, 우정, 인류애, 그리고 구체적 물건과 추상적 사고에 대한 사랑을 서로 구별하지 않는다. 이성 간에 일어나는 충동은 “성적 결합을 추구하지만, 다른 상황에서의 충동은 이러한 목표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사랑과 우정의 중요한 차이점은 우정의 경우 충동의 목적이 억제되어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대한다. 우정을 가족 외의 관계에 국한시킴으로써 부모와 자녀 사이나 애인 또는 형제 사이에 나타나는 친근한 관계는 배제하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상호작용의 필수적 특성은 애인 사이처럼 성적 충동의 직접적 표현이거나 부모, 자녀, 형제처럼 취사 선택이 불가능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정의 전구체

Rangell(1963)은 아기와 어머니 사이의 만족스러운 관계가 우정의 기초가 된다고 하였다. 그 후 오이디푸스기 이전 단계와 오이디푸스기 동안 핵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지만, 이는 “일과성이며 대체로 불특정하고 자기 내부를 향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내적 정신발달의 확립을 위해 사용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되고 나면 발달적 정점을 향했던 강렬한 사랑은 이제 희석되고 감소되며, 대상은 다시 전치되고, 목적은 억압되며 전보다 덜 직선적으로 추구하게 된다.(Rangell, 1963) 초자아의 형성, 승화 능력의 증가, 가정에서 지역사회 및 학교로의 이동과 같은 변화들은 모두 초기 잠복기의 우정 형성의 필요 조건들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는 잠복기 경험의 매우 중요한 통합적 부분이 되기 때문에 성 정체성 확립과 놀이 같은 다양한 발달 경로의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성 정체성과 또래관계의 발달

생후 첫 세 단계의 발달(구가기, 항문기, 오이디푸스기)을 거치는 동안 성 정체성의 발달 경로를 추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단계는 핵심 성 정체성이 생기는 구강기며, 이후 성별에 따라 성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항문기, 이어지는 오이디푸스기 동안에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성 역할에 집착한다. 잠복기 동안에는 가정 이외의 환경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를 알게 되고 여기에 주관적 문화 영역이 추가된다.
초자아에 의해서 억제된 오이디푸스기적 흥미를 계속해서 억압하고 회피하기 위해서 잠복기 동안의 관심은 동성을 향하며 적극적으로 이성을 회피한다. 소년은 자기들끼리 놀고 소녀를 미워하며 소녀도 소년에 대해 같은 태도를 보인다. 남성적 또는 여성적이 되기 위해 더 맹렬히 노력하고 거의 모든 활동은 동성 친구와 함께한다. 이러한 주관적 성 역할의 결정은 일차적으로 가족의 가치관과 또래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이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가족에서 잠복기 소년이 기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남성적’인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이지 않은 가족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처럼 남성적, 여성적 경향을 임의적으로 구분하려는 태도가 또래 집단 내에서 매우 강해지는데, 이는 이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경멸하는’ 반대 성과 어울리는 활동이나 게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바람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심으로 인해 강화된다. 남성적 또는 여성적인 것에 대한 광범위한 문화의 영향이 추가되는데 이는 스포츠, 문학, 대중 매체의 인물에 대한 관심이나 동일시를 통해 일어난다. 이렇게 성별 간 차이가 강화되는 것은 정상적이며 특별히 이 단계에 국한된다. 이는 청소년기 이전부터 사라지기 시작하고 청소년기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이성관계에 대한 이끌림으로 대체된다.
이성애적 관심이나 활동을 피하려는 강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잠복기 연력의 아이에게는 자위행위가 삶의 한 부분이다(Clower, 1976). 오이디푸스기나 청소년기에 비해서는 덜 빈번하고 의식적 공상이 동반되지 않기도 하지만, 성기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 자극으로 이루어지는 자위행위를 한다. 이 연령군의 아동은 특히 자신의 자위행위를 비밀로 하려고 하고 신뢰하는 치료자와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꺼려한다.
또래관계는 성 정체성의 확립뿐 아니라 핵가족에서 지역사회로의 이동, 그리고 정신구조와 욕동(drive) 방출방식이 변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래 친구나 교사와 같은 중요한 성인의 태도와 기준은 초자아에 중요한 균형 요소를 추가함과 동시에, 토론과 집단 활동을 통해 성적 그리고 공격적 충동을 방출할 수 있는 비근친상간적 관계의 틀을 제공한다.
잠복기 또래관계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특히 진단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잠복기의 또래 집단은 다소 냉혹하지만 분명한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분리되어 잠복기의 발달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친구들은 받아들이는 반면 퇴행되고 미숙한 또래는 배제한다. 결과적으로 동성 또래 집단에 수용된다는 것은 잠복기 동안의 심리적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이며 따돌림 당한다는 것은 흔히 병적 상태를 의미하고 치료를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아동은 이성을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연적으로 동성 친구끼리 모이고자 하는 성향을 갖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교육자, 부모, 전문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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